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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소설

소설) 잠? 이책을 읽다 잠들뻔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잠'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신국가보다 한국이 자신을 더 좋아해줘서 의아하고 감사하다고 했던 인터뷰가 기억이 나는데요, 그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집요하도록 자세한 설정들이 한국에서 통했다고 봅니다. 빠삐용, 뇌, 타나토노트, 신, 개미, 나무 등 유명한 저서를 집필한 작가의 최신작 ‘잠’입니다. 


0단계부터 5단계까지 입면부터 역설수면까지로 잠에 대해 밝혀진 과학적 근거위에 6단계로 또하나의 가설 설정을 통한 ‘이러면 어떨까?’ 로 만들어져 나온 작품으로서 평상시에 수면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매우 중요하게 강조하는 책입니다. 


도입부분은 마치 수면 권장 책같기도 한 이책은 클라인 모자(카롤린, 자크 클라인)와 자크의 여자친구 샤를로트 셋이 잠에 대해 대화나누고 연구하는 책입니다. 카롤린 클라인(엄마)의 주장에 따르면 잠을 잘 못자는 만성피로는 수면제 복용으로 인한 수면 질환을 낳고 수면 장애는 면역 체계에 이상을 일으키며 심혈관 질환, 자살충동, 비만의 원인이며 코골이나 잠버릇에 이혼하는 부부, 자동차 사고, 부진한 성적, 직장 생활에서의 실패까지 다 수면 문제라고 볼정도로 ‘잠을 잘 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교수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저자는 잘 준비된 배경지식들로 꾸며놓았습니다. 그안에 나오는 교수의 잠에 관한 논설은 실제로 일어나는 사례들이며, 그녀의 주장처럼 현대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수능 합격사례에 잠8시간 자고 붙은 이야기라던지, 다이어트에 중요하다는 이른수면과 빠른기상, 개운한 아침을 맞이했을때의 기분등을 생각해보면서 나는 잠을 잘 자고있는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4당5락어디갔냐) 한때 학생시절 시험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수면패턴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렸던적이 있었는데, 졸린데 잠을 자지 못하는건 매우 괴로운 일이죠. 특히 피곤에 찌들어서 무기력할때 누워서마저 쉬지못해서 매우 힘들었던걸 잘 알기에 카롤린 클라인의 말에 어느정도는 수긍하면서 읽었던거같습니다.


자크: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잘 수 있을까요?>

카롤린: <좋은 음식을 먹고, (한 달에 최소한 여덟 번은)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갖고,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잠들기전에 심호흡을 크게 몇 번 하고, 책을 조금 읽어 봐요. 흥미로운 소설만 한 수면제가 없죠. 소설을 읽는 동안 꿈에 나타날 첫 장면이 만들어져요.>


역시 프랑스 작가 답게 성에 관해서도 거리낌없이 서술하는 부분입니다. 카롤린 클라인은 성관계또한 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하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의심하면서 보지않아도 되는것이, 거의 논문 한편 집필할 정도로 집요하게 연구해서 그분야를 완벽히 습득해가며 책을 써내리기 때문에 최소한 현대 과학기술에 어긋나는 주장은 하지 않더군요. 저는 의심병이 있어서 이작가의 책또한 검색해가면서 봤는데, 네 전부 학술 논문들에서 Main Stream 으로 진행중인 Major한 (유력한) 주장이었습니다.


저런 잠박사 엄마아래에서 자란 자크는 두살되는 생일날에 에드거 앨런 포의 글을 접합니다.(그나이에 접한 엘런 포의 글을 기억한다는건 좀 웃겼지만요.)


<낮에 꿈꾸는 사람은 밤에만 꿈꾸는 사람에게는 찾아오지 않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흐릿한 시야에서 영원의 틈들을 포착한 그는 깨어나는 순간 위대한 비밀의 문턱에 잠시 머물다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전율한다.>

라는 말을 들으며 카롤린은 잠의 세계를 연구에서 멈추는것이 아닌 더 나아가 탐험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지니게 되었고 이사실을 자크또한 알고 있었던것이죠. 추후에 카롤린은 잠으로 시작해서 잠으로 끝나는 부족을 만나러 가게되고, 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됩니다. (여기서부터가 논문을 다 읽고난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내기 시작하는 잠의 6번째 단계가 있다면 어떨까? 로 시작되는 소설내용입니다.)


물에 빠져 죽을뻔한 아들은 수영을 못하는 트라우마가 있는데, 엄마는 수면요법으로 아들에게 <할 수 있을 떄 하지 않으면 정작 하고싶을 때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라는 명언을 남기며 치료에 성공합니다.

그부분을 읽으면서 수면으로 치료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괜찮다 라는 생각을 했었네요.


<책의 세계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에서 얻은 가장 위대한 세계이다> 

라고 헤르만 헤세가 말하고, 카롤린은 여기에

<책의 세계는 이것보다 더 거대한 꿈의 세계에 자양분을 공급한다>

고 작가가 말합니다.


책의 세계가 참 위대한 세계이죠. 제가 저자의 그 비틀어 진리를 넣으려는 핀포인트가 불편했던걸까요? 뭔가 책을 불신하면서 보면 어거지로 넣은 설정들이 좀 불편한데, 애매하군요. 헤르만 헤세의 말에 덧붙일정도는 아니었는데.

첫 시작 도입부분. 잠에 관한 설명과 과학적 근거, 그리고 잠을 잘 자야 하는 이유부터 잘못잘때 일어나는 부작용들을 보며 생각하게 하는것 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뒷부분들이 문제입니다. 같은 작가의 책 ‘타나토노트’ 죽음을 넘나들며 코마 너머 죽음의 세계가 있다면 어떨지 상상하여 쓴 책이었는데, 죽음의 항해자와 수면으로 더 멀리 나아가는 것 둘의 패턴이 너무나도 비슷하다는거였죠. 심지어 위에 제가 설명한 도입부 이야기를 빼고나면 다 상상속이야기라서 그런지 작가가 같아서 그런지... 


타나토노트에서 받은 그 신선함이 잠에서 진부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신작 오랜만에 나온점에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읽어서일까요. 작가의 모든 작품이 다 초명작이 될수는 없는거겠지요. 초반 도입부에 비해 아쉬운 마무리에 미묘하게 실망하며 마무리 했던 책 잠이었습니다. 

다음 작품을 기대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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