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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소설

소설) 따뜻한 편지가 바꾸는 미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후기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곧 영화로도 출시될 예정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입니다. 

제목만 보고서는 이게 무슨 책인지 감도 잘 오지않는데요. 

소설을 도장찍듯이 두달간격으로 집필해내는 

무시무시한 추리작가가 처음으로 따뜻한 책을 냈던 것이었죠. 

작가가 워낙 작가인지라, 

매스커레이드 호텔이라던지 용의자 X의 헌신같은 

책들처럼 제목의‘기적’ 이 반어법같이 느껴졌던 탓일까요. 

첫 시작에서의 도둑들과 주인 없는 허름한 집을 배경으로 시작되었을때, 

‘또 이작가 시작이구나’ 하면서 

불신아닌 불신을 가지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좌측: 영화판 포스터 | 우측: 책 겉표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겉표지는 보시다시피 아주 따뜻한 색감으로 구성되어있는데요, 

책을 다 읽고나서 모두에게 추천해줄정도로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책이었습니다. 

(왜 진작 이런 책을 내지 않았던걸까요.)


항상 뒷마무리를 제대로 안하고 나온듯한 결말과 

기분나쁘게 끝나버리는 책들만 도장찍어내듯 

내던 작가가 큰 맘먹고 기특하게 장르를 바꾼 희대의 명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후기 시작하겠습니다.


줄거리는 간단하게 세상의 약자로 몰린 

고아원 출신 주인공 셋이, 

오래전부터 고객들의 고민상담을 편지로 

진지하게 대답해주던 할아버지 주인장의 가게에 

밤에 임시거처로써 몰래 숨어들었는데 

‘기적’처럼 과거에서 오는 편지들을 답장해주는 내용입니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 전문 작가답게 

원래부터 치밀한 구성과 빈틈없는 전개로 

독자들에게 완벽한 이야기를 선물해줬는데, 

전작들의 똑똑한 주인공들과 다르게 

이 소설에서 다소 빈틈이 넘쳐흐르는 

세 주인공들의 행동 하나하나에도 다 이유가있고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더더욱 놀랄수밖에없었습니다.


고민상담을 해결해주려는 노력에는 

흔히들 그 고민거리를 이미 겪은 숙련자거나, 

지식이 질문자보다 많은경우에 해준다고들 생각하고있지만, 

원래 이 할아버지가 답해주던 고민들은 

정말 답이란 존재하지 않는 

어느쪽도 답이 될수 없는 고민들을 상담해 주시던 분이다보니, 

독자들도 세 주인공옆에서 같이 고민하는 느낌으로 

편지를 받아보게 하는 구성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보는내내 와 이런경우엔 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하고 세 주인공들이랑 함께 고민하고, 

꿈을 쫒길 바라는 연인의 바램에 

너무나도 마지막을 곁에서 지켜주고 싶은 데도 

떠날 수 밖에 없는 편지의 내용 앞에서  


“함께 갈 수는 없나?” 


하고 물어보는 고헤이(주인공중 하나)의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되는 순간들이 올때마다 

감탄을 할수밖에 없는 구성이었습니다.


“사랑한다면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주는게 옳다”


라며 간단명료하게 진리 그 자체를 

말해줄 수 밖에 없던것과, 다음 편지가 기다려지게 하는 흡입력도 대단했습니다. 

아무 지식이 없다지만 세 주인공은 그 편지의 시점에서는 

결과가 이미 나버린 미래사람들이기에 

고민글의 답 또한 모두 알고있는 상황이었고, 

과정을 설명해주거나 설득할수는 없되 결과만큼은 

단호하게 말하는 답장들을 읽게되던 편지 발신인은 

‘고민상담의 최고봉 종결자 할아버지’가 나를 떠보는구나 

생각하면서 또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인자한 웃음이 날수밖에 없더군요. 

현인은 대들보위에 있는 도둑을 보고도 배울점을 찾아내는거처럼 

현명한 사람은 무엇을 보고 듣던간에 

그사람에 맞게 올바른 길로 갈 힘이 있다는 

깨달음까지 얻는다는 말을 하고싶었던게 아닐까 생각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소개해드린 내용이 고작 편지 한개의 내용입니다. 

제1장 ‘답장은 우유 상자에’ 편이었고 

이 책은 총 5장에 걸쳐 낱개로 흩어져있던 

각자 다른삶들의 에피소드가 사실은 한덩어리였다는것을, 

독자들을 한참 위에서 배려까지 해주며 즐거움을 준 책이라는것을 깨닫게 됩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슬프기도하고, 

가족간의 연인간의 사랑이 느껴지기도 하는 이책은 

누군가는 고민할법한 각자 다른 환경속에서 자라온 

발신인들의 고민상담속에 같이 녹아들어 고민해보고 

답을 생각해보면서 읽게 되었을테고 그러다보면 

자신의 고민도 해결해낼 방법을 알아내게되진 않을까요? 


세상을 등지고 외면받았다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현실로부터 외면하며 탈출해온 주인공 삼인방. 

그들도 알고있는 당연한 답변과 대답들은 자기도 모르게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스스로를 정직하게 바라보라’ 였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겪는 발신인들을 기다리는건 

조금뒤에 다가올 바라던 결과임에도, 

길목에서 고민하고 포기하고 좌절하는 모습에 

같이 안타까워 하는 모습은 결코 

책안의 주인공들만의 이야기는 아닐것입니다.


“아니, 몇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부디 내 말을 믿어보세요. 

아무리 현실이 답답하더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멋진 날이 되리라, 하고요”


“당신의 노력은 절대로 쓸모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꼭 믿어 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


“단순한 선입견만으로 사람을 몰아붙이지 마세요. 

세상 어떤 일이든 도전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거 아닙니까”


이런 말들을 작중에 저 세 주인공들이 편지에 써내려갑니다. 

너무나 맞는말들을 그리고 용기가 돋아나는 말들을 해주면서 

스스로에게 느낀부분들이 많았을겁니다. 

‘남들에게 이렇게 조언해 주는데 

왜 나는 대답을 알고 조언까지 해주면서도 하고있지 못하는걸까’ 

깨달아 가고 있던것이죠.


그렇게 스스로 대답하며 깨달아가던 순간에 편지가 한통 도착합니다.

이 편지가 정말로 과거로 가는걸까? 

하고 보냈던 빈 종이를 모두가 기억하지 못한채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던 이야기의 결말의 순간에 말이죠.. 


놀라운 일로 가득하던 후반부에서 

실험삼아 32년전 과거로 빈종이를 보낸 

그들에게 답해주신 '진짜' 나미야 할아버지의 편지에는, 

우문현답이라고 쓰기도 민망할정도로 

아무것도 묻지않은 질문에 정확한 답변이 적혀있었습니다. 

물어보지도 못했던 그들의 질문,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조차 알수없던 젊은이들에게 

할아버지가 전해주고 싶은 말이 담겨있었습니다.


너무나 좋은 글이기에 저도 여러번 고민해보았던 편지였습니다. 

정말 감동했었네요.


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 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 

이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상담 편지에 답장을 쓰는 일은 이제 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멋진 난문을 보내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나미야 잡화점 드림.


편지를 다 읽고 아쓰야는 고개를 들었다. 

두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모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자신의 눈빛도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아쓰야는 생각했다.


당신의 눈도 책을 덮을때 쯤엔 반짝이고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으로 나미야 잡화점 후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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