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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나는 오늘 즐거웠어



정말 죽어?

그녀의 표정이 일순 사라졌다. 

웃음, 난감함, 쓴웃음, 화남, 슬픔, 난감함이 돌아온후 

눈을 마주보고 웃으며 말했다.

응, 죽어.

너 말고는 아무한테도 말 안했어. 

너는 분명 나한테 진실과 일상을 부여해줄 단 한 사람일 거야. 

의사 선생님은 내게 진실밖에는 주지 않아. 

가족은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과잉 반응하면서 

일상을 보상해주는 데 필사적이지. 

아마 친구들도 사실을 알고나면 그렇게 될 거야. 

너만은 진실을 알면서도 나와 일상을 함께해주니까 나는 너하고 지내는 게 재미있어.

그렇게 심각한 표정 하지마. 어차피 너도 죽을거야.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자.

응, 그건 틀림없지.

그녀의 삶에 대해 감상적이 되는 것은 단순한 우월감일 뿐이다. 

그녀보다 내가 먼저 죽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확신하는 오만함일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습니다.

시기만 다를 뿐이죠.

하지만 누군가 죽을 위기에 쳐해있다면

마치 나에겐 찾아오지도 않을 일이라는 듯

위로해주고 보살펴줍니다.


흔한 10대들의 일상 이야기 속에 문득 찾아들어온 단어, 

‘죽음’

모든 인간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아무도 그것을 피할수 없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고 대비하기보다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것에 더 익숙합니다

그도 그런것이 당장 내일은 아닐거 같거든요.

사쿠라에겐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패션쪽에 관심 있어?

없어 옷은 그냥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것이면 되는 거 아냐?

내 그럴 줄 알았어. 나는 관심 있어. 

대학생 되면 마음껏 멋부릴 거야, 

라고 해봤자 이제 곧 죽겠지만. 

인간이란 역시 겉모습보다 내면이 중요하지?

관용구 사용법이 완벽하게 잘못되었는데?


췌장이 문제를 일으켜 현대의학의 도움 없이는 

‘당장 죽어버릴’ 정도로 위독한 상황이 설정입니다.

10대들의 대화에서 도저히 찾아볼수 없는 말들을 작중에서 끊임없이 발설합니다.

그 나이대의 사람들- 청소년이라고 부르는 그들은 

20대가 되어 대학을 가고 직장을 얻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꽃으로 따지면 아직 피기 전인 꽃봉오리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그 노트 내꺼야, 근데 병원에는 웬일이야?”

“얼마전에 맹장수술을 받았어. 그 사후 치료.”

“아, 그렇구나. 나는 췌장 검사 받으러. 치료 안 받으면 당장 죽으니까.”

공병문고를 보며

“어떻게 된거야, 이거? 농담이지?”

“다 사실이야. 내 췌장이 망가져서 이제 얼마 뒤에 죽는다네요, 네.”

모든 인간이 죽음을 앞두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는 좀더 근시안적으로

몇십년이 아닌 몇년뒤가 죽음일 예정인 셈이다. 

나이가 어린 10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시점에서 

그 나이대의 인간은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볼일이 거의 없다.


황혼 이후에나 찾아올법한 죽음에 대해 

벌써 생각해야만 한다는것은 꽤나 무거운일일겁니다.

담담하면서 강하게, 하지만 혼자서는 수없이도 울었을것이며 

‘왜 나여야만 하는가’ 같은 생각도 하고는 들겁니다.


이 작품이 뛰어났던것은,

주변인물들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발랄한 그녀의 죽음

전부 진실임에도 농담으로 들릴수 밖에 없는 

그 단어를

사쿠라의 입을 통해 수없이 나오면서 

우리가 이토록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사는구나

그럼에도 오늘내일이 소중한 그녀가 내뱉는 한마디 말들이 

그렇게나 무게감이 느껴질수도 있는거구나

하면서 보게되던 점이 뛰어났습니다.


“나는 오늘 즐거웠어”


모두가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가정하에 하루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는 그녀의 말.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죽음은 아니더라도 그 소중한 하루를 느끼는 데는 

여행으로도 비교가 가능하죠.

집에서 출퇴근 하며 보내는 24시간과 

여행지에서 흘러가는 분초의 무게는 다르듯,

사쿠라에게 오늘 하루는 

저의 오늘 하루와는 무게가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 즐거웠다면 죽음이 코앞이어도 

도서관 책장을 정리하며 보냈더라도 행복할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과 평범하게 보내더라도 

행복할수 있다는 말이죠.

저는 그 부분에서 책을 잠시 덮어두고 생각에 잠기게 되더군요.

이 책이 괜히 베스트셀러가 된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작가가 찾아서 말해주지 않더라도, 

너무나도 활발한 사쿠라를 통해서 말이죠.

유쾌하고 명랑한 사쿠라가 곧 죽는다는 사실 하나로 

안쓰럽고 측은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렇고

누구나 다 죽는데 조금 빨리 찾아온다고해서 

그 사람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저는 죽음에 다가온 사람들을 

대하는 법에대해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었던거겠죠.


아까 우리 별로 친한 사이 아니라고 말했지? 

주말에 친하게 놀러다닌 사이면서!

응, 그렇게 말했어.

어제 내가 메시지로 보냈잖아. 

죽을 때까지 사이좋게, 라고.

이런 때는 사실이 어떤지는 딱히 상관없어. 

나는 클래스메이트들에게 관찰을 당하는 것뿐이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말을 걸어오거나 추근추근 따지는게 싫었을 뿐이야.

굳이 속일 것도 없잖아? 

중요한 것은 남들의 평가가 아니라 실제 내용이라고 

어저께 자기 입으로 말했으면서.

중요한 것은 실제 내용이니까 속여도 되는거야.

다람쥐 쳇바퀴네.

역시 너와는 방향성이 영 안맞아!


서로가 다르지만 다른 부분을 인정하며,

중요한 것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하는 부분

남들 눈치보며 사는게 아니라 

본질을 보라는 의미로 보였습니다.


“우선은 숯불구이!”

“숯불구이? 아직 대낮인데?”

“낮과 밤 사이에 고기 맛이 달라지니?”

“유감스럽게도 시간별로 맛의 차이를 구분할 만큼 고기에 집착이 없어.”

“그러면 아무 문제없네. 나는 숯불구이가 먹고 싶어.”

“나는 열 시쯤에 아침밥 먹었는데.”

“괜찮아, 숯불구이 싫어할 사람은 없거든.”

“너, 나하고 대화할 마음은 있어?”

없는 눈치였다.

풀잎 배 성향이 몸에 배어버린 꼴이다.


서로 다른 남녀의 이야기.

톡톡 쏘는 산뜻함과 그럼에도 무거운 죽음.

그래서 더 읽는데 즐거웠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다가오는 

마지막 페이지를 의식하게되어

책을 넘기기가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책의 절반이상은 밝은 분위기로 지속됩니다만, 

마지막 장을 넘길때 쯤에는 

여운에 덮혀버린 눈물을 볼지도 모르겠네요.

책의 분량에 상관없이 사쿠라의 성격은 

누구나 좋아하게될만큼 매혹적이어서 쉽게 빠져들었고,

책을 덮고나니 친한 친구들을 떠나보낸것처럼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더군요.


어린시절에 친구를 떠나보낸 기억이 있는 저도 

사쿠라가 그 친구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감정조절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다들 죽음이 온다는 것을 알면 초연해지는걸까요? 

분명 그친구도 사쿠라처럼 담담하게 

오늘을 멋지게 즐겼던거 같습니다.


왜 10대청소년보다 수명이 더 긴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괴로워하며 힘겹게 살아가는데, 

곧 죽는 아이가 평범한 하루를 즐길 수 있던걸까요…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오늘을 사느냐.

이왕 사는거 친구도 만들고 즐겁게 살아라라는 

사쿠라의 작업이 주인공에게 전하는 유언이자, 

독자들에게 남기는 메세지는 아니었을까요?


"죽기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너나 나나 어쩌면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런의미에서는 하루의 가치는 전부 똑같은 거라서

무엇을 했느냐의 차이 같은 걸로 

나의 오늘의 가치는 바뀌지 않아."

"나는 오늘, 즐거웠어."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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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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