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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소설

드래곤라자: 최고의 판타지 소설 추천!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같은 대작말고도
그들의 상상력을 커버해줄 소설을 찾기 마련입니다.
이 소설은 판타지와 무협, 그리고 인문학까지도 손을 댄
마성의 작품, 국내 판타지의 회자될 불후의 명작
드래곤 라자입니다.

(개정판으로 발매된 드래곤라자 1권)


인문학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흔하디 흔한 소설의 플롯'이기도 한
단순히 드래곤을 찾아 떠나는 모험가 일행의 이야기의 위에 올려진
그 무언가. 드래곤 라자가 지금까지도 가볍게 읽을 소설임에도
두고두고 회자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본질을 꿰뚫는 질문에 대해 독자로 하여끔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라는것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해몽일 수 있습니다만, 저는 읽는 내내 인간이라는 종족을 바라보는
다른 종족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크 페어리 드래곤 드워프 
각종 판타지에 등장하는 여러 종족들의 관점을 통해 보이는
우리 ‘인간’에 관한 고찰을 배울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유피넬이라 불리는 질서의 신과 
헬카네스로 불리는 무질서의 신
천사악마 혹은 어둠으로도 생각가능한 이 두 힘은,
인간의 선함악함을 상징합니다.
양자선택을 받은 인간은
양쪽을 섬길수도 섬기지 않을수도 있죠.
어딘가에 소속되어 한가지만 행사하는
이 책의 기타 종족과 인간은 다른점이 많습니다.

주인공인 후치 네드발의 일행이 헬턴트라는 작은 마을을 떠나
수도를 향하는 여정에서 다른 종족들... 정말 많이도 만납니다.
그 중 가장 먼저 만나는 엘프 이루릴입니다.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조화의 종족 엘프.
대표적으로 엘프가 가장 중심적으로 묘사되지만,
다른 종족들도 저마다의 부합한 이유로만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에 비해 아무 목적도 뚜렷한 방향도 없는 종족인
후치 네드발, 주인공의 종족인 인간을 바라보면서
다른 종족들은 
'인간을 어떻게 보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심오한 이야기를 합니다.

유피넬의 어린자식으로 불리며 조화와 질서의 종족인 엘프의 말을 인용하자면,
엘프가 걸어가면 숲이되고, 별이되는데
인간이 걸어가면 길이되고, 별자리가 된다는 말을 합니다.
조화의 엘프는 이야기를 만들 수 없지만,
인간은 이야기의 중심에서 세상을 그린다는 말이
너무 깊이 와닿았습니다.

다른종족들의 특색은 기존 판타지에서 나오는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 종족의 '특색'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은 같습니다.
고집의 드워프 탐욕의 고블린, 불멸의 드래곤같이 설정되어있습니다.
이 소설은 그들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점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어떤형태로 다가오던 인간의 시점으로 흡수하여 소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줄거리

줄거리는 부수적인 요소같아요.
인간이라는 종족을 제외하고도 정말 많은 종족들이 나오는 판타지 소설인 드래곤 라자.
제목만 보아서는 잘 알지 못할거같은 이 소설엔
건강하고 젊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로 초기의 목적을 위해 긴 여정을 떠났다가,
정말 수없이 많은 경험을 단시간에 해내고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해리포터가 7년동안의 학교생활을 담은 책의 분량만큼 되는데,
이 소설의 시점으로는 한달 조금 더 되는 기간에 전부 벌어진 일을 기록한 것이니까 말이죠.
이 책은 온라인 소설이었습니다. 
시시껄렁하면서 아재개그도 부장님들의 농담도 나옵니다.
무협소설이기도 합니다. 젊은이들의 무용담과 모험기, 배신과 우정, 등을 맞대며 서로를 의지하고
거대한 계획을 쫒아가는 성장물이기도하죠. 
이 많은걸 어떻게 다 담아낸건지 존경합니다.

단수가 아닌 복수의 나 라던지
서로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기때문에 표정과 공감에 애를 쓴다던지
선과 악이 다 가능하다보니 발생하는 이야기들,
만물을 그들에게 투영하여 자신의 모습으로 해석하는 것하며
나는 누구이며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다른 종족의 시점에서) 생각해보는 신선함을 가져볼수있었습니다.
나에게 모든것이었다 
생각들이 작은 시야에서 벗어나
큰 무대에서 바라보는 나 한사람의 인간을 보게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순수한 의도로 상식의 틀을 깨버리고 본질을 바라보게 해주는 장면이
깊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소설... 너무도 재밌는 자기계발서였습니다.
물론, 멋진 말솜씨와 가슴 깊은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동료애는
진정한 사랑이 어떤걸까? 까지도 생각하게 하더군요.
기가막힌 작가님의 표현력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우리는 별이오."

"별?"
"무수히 많고 그래서 어쩌면 보잘것없어 보일 수도 있지. 바라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서로를 잊을 수도 있소. 영원의 숲에서처럼 우리들은 서로를, 자신을 돌보지 않는 한 언제라도 그 빛을 잊어버리고 존재를 상실할 수도 있는 별들이지."

숲은 거대한 암흑으로 변했고 그 위의 밤하늘은 온통 빛무리들 뿐이었다. 칼의 말은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볼 줄 아오. 밤하늘은 어둡고, 주위는 차가운 암흑 뿐이지만, 별은 바라보는 자에겐 반드시 빛을 주지요. 우리는 어쩌면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 존재하는 별빛 같은 존재들이지. 하지만 우리의 빛은 약하지 않소. 서로를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의 모든 빛을 뿜어내지."
"나 같은 싸구려 도둑도요?"

네리아의 목소리는 슬프지 않았다. 그리고 칼의 대답도 평온했다.

"이제는 아시겠지? 네리아 양. 당신들 주위에 우리가 있고, 우리는 당신을 바라본다오. 그리고 당신은 우리들에게 당신의 빛을 뿜어내고 있소. 우리는 서로에게 잊혀질 수 없는 존재들이오. 최소한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이상은."

어둠 속에서 네리아의 눈이 별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나는 혹시 반짝인 것은 그녀의 눈물이 아닐까 따위의 생각은 관두기로 했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바라보자, 별들은 나에게 빛을 주었다.



다음은 '우정'입니다.
에이 뭔 우정이야? 할수도 있는데 우정보다는 전우애에 가깝습니다.
생사를 가로지르던 모험담에서 반드시 나올수밖에 없는 요소지요.
단순하게 직장 동료의 관계를 넘어서는 그들의 관계는 확연히 다릅니다.
적이었던 자의 진심어린 회개로 그들의 모습이 되는 장면이라던지,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기에 칼을 겨누다가도 서로에게 등을 맡기는 사이가 된다던지.
사제의 관계가 강력한 공명으로 생각해내지도 못할일을 한다던지 말이죠.
서로가 힘들때 주옥같은 명대사들을 읊어대며 눈시울을 붉히게 되는 장면이
매권 나오는 이 책을 싫어할수가 없잖습니까.

"우정은 특별히 고맙다는 말 같은 것을 하지 않는 거라고들 하지만, 전 여러분들이 너무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와주었다는 것에 대한 감사는 아닙니다. 그 험난한 고통과 역경을 이겨내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여러분들의 자질과 능력을 보여준 것이며, 각 개인의 자질과 능력은 모두가 특별한 것이며 원래 존중받아야 되는 것입니다. 그것보다는...."
"난 여러분들이 모두 끝까지 서로를 믿고 주저함이나 두려움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어떤 역경보다도 동료의 좌절이나 실패가 더 우리를 아프게 했을 겁니다. 하지만 강인한 여러분들은 한번도 좌절하거나 무릎 꿇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요."

확고한 '신념' 다양한 신들의 모습
드래곤 라자에는 유피넬/헬카네스라는 질서외에도 다양한 신전과 성직자들이 나옵니다.
무조건 선을 따른다는 고정관념의 에델린이라는 성직자 외에도, 
항상 중립을 관철하려 노력하는 테페리의 제레인트 성직자하며,
전투와 파괴를 관장하는 레티 신을 섬기는 근육의 성직자들의 모습을 보게됩니다.
신을 섬긴다 말하면서 동시에 국가의 일원이기도 한 이중적인 모습을 어떻게 그려냈을까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온전하지 못한 불안정함 그 자체이기에 
그리고 장편의 소설연재를 통해 이 어려운 난제들을 멋드러지는 문장으로 
설명해내는 부분은 압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기도하는 모습이 반드시 무릎꿇고 손을 모으며 하는 것이 아니라, 
신께 감사드리는 행위 그 자체 진심에서 우러러 나오는 모든것이 찬양이라는 
테페리의 성직자의 말에선 무언가 느껴지기까지 하니까요. 
각 신의 종파마다 인삿말과 끝맺음말이 다른데, 
간드러지는 그들의 고품격 대사는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은 '언어유희'였습니다.
작가가 쓴 글이 아니라 그 캐릭터가 하나씩 살아 숨쉬어서 작가의 손을 빌려 걷고 행동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인간으로써 당연한 갈등들, 어느쪽이 선인줄 알면서도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고민하는 순간들,
종족의 미래와 국가의 안전 그리고 일어나선 안될 잔인한 일들의 분노를 겪는 주인공일행의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후치의 멜로디가 궁금한 노래며, 점잖은 중년독서가 카알의 독설이라던지, 근엄해야할 위치의 사람이 마법검에 의해 진지한 대화 중간중간에 헛소리를 하는 부분은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멍청하기 짝이없는 몬스터들의 행동들을 보며 웃고, 상위 종족인 드래곤이 인간을 대할때 그들이 인간을 보는 모습또한 그러할까? 하는 부분들은 언어유희적 요소가 있기에 마냥 무겁지 않고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주었습니다.

살아남겠다고요? 당신은 전쟁포로로 취급되긴 어렵겠죠.
간첩활동을 했으니까.
그리고 당신들이 칼라일 영지에 일으킨 해악을 생각해봐요.
그러고도 살아남겠다고요?

세상에 갓 나온 주인공 후치 네드발의 사고는
상식보다도 더 유연했습니다.
사고방식이 굳어버린 저의 생각을 쉽게도 깨부숴버리더군요.
간첩과의 대화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건 그 여자의 짓이다. 
우린 그 여자의 호위였을 뿐이지.
우리는 그저 그땅에 아지트를 만들어두고 그 여자를 기다렸을 뿐이다.

이 변명은... 어디서 많이 듣던 말 아닌가요?
간첩의 텍스트는 붉은 상자로 했습니다.

재판에서는 막지 않았다면 공범이나 다름없다고 할걸요. 
그걸 방조죄라고 하던가?

그건 옳은 말이지만, 옳은 말이 아니기도 하다. 자신의 손에 닿지 않는 것도 많다.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책임질 수는 없다.

만일 자이펀이 바이서스를 침공해서 너희 고향을 쑥대받으로 만들고,
너에게 왜 우리 나라에 전쟁을 걸었느냐고 물으며 널 죽이려 든다면,
넌 뭐라고 하겠냐?

내가 전쟁을 걸진 않았잖아요?

바로 그것이다. 너의 국왕이 전쟁을 걸었을 뿐이야.
그런데도 너에게 전쟁의 댓가를 치르게 하려 든다면, 넌 뭐라고 하겠냐?

장기판의 말 신세인 아랫사람만 죽어난다는 식의 이야기로군요.

억울하지 않느냐?

전혀.
내가 윗사람이 아니라서 억울하다는 그런식의 논리대로 따진다면,
난 내가 독수리처럼 날 수 없어서 억울할 수도 있어요.
내가 물고기처럼 물 속에서 숨쉴 수 없어서 억울할 수도 있지요.

같은인간이다.

흥미로운 대화입니다.
이런 대화가 한권에 수도 없이 많이 나옵니다.
너무 즐겁게 읽었습니다.

같은 인간이 세상에 어디있어. 
다른 사람들을 모조리 자신과 비슷한 범주에 넣고 이해하는 것은 다시 없는 바보죠.
당신처럼 생각하면 귀족이나 왕족을 욕하기에는 쉽겠죠.
불평할 때는 같은 인간이고, 당신을 그런 사람들에게 비교해서 꾸짖을 때는 다른 인간인가요?
누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비판하면 기분나쁜 법이죠. 
동일성을 가져요.

진정한 같은 인간은 내가 남이 될 수 없고, 
남이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성립될 수 있어요.
결정을 내려요. 
살고 싶다면, 전향을 해서 당신 조국을 마구 꾸짖고 선전책동의 앞잡이가 되어요.
그럴 수 없다면, 표표히 죽어가요. 
양자가 다 싫다면 재주껏 달아나요.
하지만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지는 마요. 
알아서 도망쳐요.

드래곤 라자.
정작 드래곤 라자는 무엇이었을까?
를 고민하게 될때쯤 마지막에 등장해서
이야기의 끝을 매듭지어지는 과정은
그동안 보여준 연대기의 웅장함에 비해서는
다소 약한 엔딩이 아니었나 싶지만,
사실 그 과정만으로도 이미 대답을 얻었기에
왜 이런 제목이 되었는가
좋습니다.
이 책을 왜 이제서야 읽었는지...
호불호가 갈리는 가벼움이 책 곳곳 있습니다.
분명 불쾌할 사람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저는 인터넷소설의 가벼움 뒤에있는
작가의 의도를 더 높게 쳐주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명작 5권만 추려내라면
저는 이 책을 그 중에 한 권으로 꼽겠습니다.
드래곤라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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