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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소설

블리자드 소설 추천! 아서스 리치왕의 탄생. 아버지 왕위를 계승 중 입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플레이 한적이 없었을지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대사가 있습니다.


"무슨 일이냐? 뭐 하는 게냐, 아들아?"

"왕위를 물려받는 겁니다, 아버지."


이 대사. 게임에 존재하는 유명 인사 중 단연 최고의 패륜아, 로데론의 왕자 아서스 메네실의 이야기 입니다.


(좌: 리치 왕 | 우: 아서스)


시작하는 이야기: 꿈 편은 이 책의 프롤로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 사내의 꿈, 그 안에 있는 해골의 오크와 아픈 소년이 나와 이미 끝났다고 말하는 오크와 아직 끝난게 아니라고 말하는 소년. 이해할 수 없는 이 프롤로그는 에필로그와 같은 복선 형태를 두고 있습니다. 완전히 머리 속에서 잊혀질 때쯤, 책의 여운이 가시지 않을 때 책 앞부분을 다시 펴보시면,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볼 수 있게 만들어둔 구조였네요.


블리자드에서는 배신과 타락이 흔하게 사용되는 소재인만큼 '또야?' 라고 할수도 있지만, 

이 아서스 메네실의 경우 그냥 단순히 주인공이 타락하게 된 경우가 아니라, 

정말 이유있고 '아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지?' 고민하게 할만큼 이 책은 설득력있는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워크래프트(Warcraft 3)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사실상 같은 게임 취급 받는 이 게임들의 세계관은 동부왕국과 노스렌드로 나뉘어진 대륙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있습니다. 인간과 오크, 엘프와 수인등 수 많은 종족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대륙과 빛의 가호가 없는 불모지 노스렌드로 두 대륙이 나뉘어 있습니다.


커다란 로데론 왕국의 정해져 있는 단 하나의 왕자 아서스 메네실은 아버지인 테레나스 국왕의 촉망을 받는 왕자로써 엄격하게 길러집니다. 금수저로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자라온 그에 관한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그의 유년기 시절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같은 또래나이의 왕자인 스톰윈드의 국왕 바리안에 비해 아서스는 강인한 정신력도 뛰어난 검술도 부족한 모습으로 나옵니다.

항상 왕의 보호까지 받아서 과잉보호가 답답한데, 자신의 실력마저 바리안은 벌써 왕까지 되고 아버지가 되었는데, 아직 짝도 없고 모든 것이 부족한 모습으로 나오죠. 그 마음을 성기사단의 리더이자 스승인 우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조급함을 그렇게 느끼던 와중에, 답답함을 풀려고 그가 믿고 아끼던 성장이 막 끝난, 그의 사랑하는 애마 '천하무적' 마저 자신의 실수로 그의 곁을 영영 떠나고 맙니다. 그 후 성장하여 청년의 시기로 넘어오지만, 말을 탈때마다 천하무적을 생각하며 자신이 부족한 존재임을 사랑과 정이 많은 사람임을 알수있죠. 그는 정말로 부여받은 '자신의 것'을 진지하게 아끼는 모습이며, 이정도면 왕이 되어도 부족하지만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충분한 인재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워크래프트3의 캠페인을 플레이 해보시면 휴먼 종족 로데론의 재앙 이라는 캠페인으로 부터 시작해서 언데드 종족의 저주받은 자들의 유산이라는 캠페인으로 끝나는데, 그 캠페인의 주인공이 모두 아서스 메네실입니다이 책은 그 캠페인이 그대로 생각나게 할만큼 그 이야기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중간에 역병을과 싸우는 장면부터는 게임에서도 참 인상깊게 플레이 했던 기억이 나서 10년도 더 전에 했었는데 생각이 나더군요. 다시 하고 싶게 만들었어요. 역병 이야기를 한번 같이보시죠.


치명적인 역병이 강령술사들에 의해 로데론의 마을 중 하나 스트라솔름에 퍼집니다. 매우 심각한 상태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죠.


스트라솔름에 입성 후, 뒤늦게 도착한 우서에게 아서스가.


"잘 들으세요, 우서. 역병에 대해 얘기할 게 있습니다."

역병을 옮기는 곡물로 만든 빵을 굽는 이상하고도 독특한 냄새였다. 축축한 공기에 섞인 그 냄새는 너무나도 분명했다.

"너무 늦었어. 너무 늦었다고! 곡물이... 이 사람들... 사람들이 벌써 다 감염돼버렸어!"

"지금은 괜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언데드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노란 머리의 왕자 아서스는 사랑으로 자신의 사람들을 아끼고 지켜주는 인물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주려고 노력하며 국민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 중 이기에, 자신의 백성들을 언데드로 바꾸는 말가니스와 켈투자드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언데드가 되어 썩은 시체가 돌아다니는 것을 제거하며 백성들을 지켜나가기 위해 전진하던중 '스트라솔름'에 도착하게 됩니다.


죽으면 언데드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아서스와 다르게 켈투자드의 역병을 옮기는 곡물은 섭취한 사람이 삽시간에 시체가 되어 언데드 군단에 합류한다는것을 알게 되었죠. 스트라솔름에서 자기 백성들이 언데드가 되어 조금전까지 동료였던 자신의 백성을 공격하고, 아서스 또한 방금 전까지 동료였던 죽은 자를 제거해야 하는 상황을 직접 겪게된 그는 스트라솔름에서 맡은 빵냄새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그 도시가 좀비의 마을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상황.


"도시 전체를 쓸어버려야 해."


아서스는 다소 과격하지만 일리가 있는 판단을 내립니다. 정의감이 넘치는 열혈 청년으로써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려는 모습이지만, 그 소가 자신의 목숨일지라도 그는 기꺼이 대인 자신의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놓을 정도니까 가능한 판단입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다른 방법이 있을 걸세. 병든 사과나무를 뽑아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야. 사람으로 가득한 도시란 말일세!" - 은빛 성기사 단장 우서


그리고 이제 언데드가 되기전에 쓸어버려야 다른 백성들이 안전할거라는 급진적인 아서스 왕자와 스트라솔름 사람들이 아직 변하지 않았고 아직 사람인 그들도 백성이라고 말하는 아서스와 제이나로 대립이 됩니다.


"내 말 들어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는지는 모르잖아. 곡물을 전혀 먹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거야. 치명적일 정도로 많이 먹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거고. 그리고 이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려면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조차 아직 모르잖아. 우리가 아는 게 너무나 적어. 지레 겁먹고 멀쩡한 사람들을 동물처럼 도살할 순 없는 거라고!" - 마법사 제이나


아서스의 옛 연인이자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제이나도 그를 설득해보려고 말합니다. 항상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따라오던 제이나가 처음으로 그의 선택에 반대표를 던지는 순간이죠. 그만큼 이번 사태는 심각하고 나라의 앞이 달릴정도로 중요한 순간이죠.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대화에 억지는 없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하고싶었을까 생각하며 정말 몰입해서 보기 좋더군요.


"이 역병으로 죽느니 지금 죽어버리길 선택하지 않겠어? 언데드가 되어 닥치는 대로 다른 사람들을, 네가 살면서 사랑했던 모든 걸 공격하느니 생각하는 사람, 살아 있는 사람으로 죽고 싶지 않겠어?" - 아서스 왕자


단순히 패륜아 배신자 흑화타락의 아이콘이라 칭하고 그의 선택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선입견을 내려놓고 보면, 물론 제이나와 우서의 말대로 아직 인간인 사람들을 잡으려는 말이 충분히 상식적이지만, 아서스의 선택 또한 백성을 위한 길을 고르다가 내리게 된 결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서스가 죄 없는 백성들을 심심해서 잡자는게 아니잖아요. 국가 전체의 안위도 걱정하고, 더 큰 위협이 될 암세포가 퍼져나가기 전에 정리를 하자는 건데, 그 대상이 사과나무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에 우서와 제이나는 거절을 하는 상황인 겁니다. 결국 아서스는 두 사람과의 타협점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들 중 하나라도 여길 빠져나가 역병을 퍼트리기 전에 이 도시 전체를 파괴해야만 해. 그들 중 하나라도 언데드로 변하기 전에 말이야. 이 사람들을 위한 거야. 그리고 이 역병을 바로 이 자리에서 지금 당장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면, 그게 바로 내가 할 일이야." - 아서스 왕자


과격한 면이 있는 그의 결정도 사실은 백성(my people)을 위한 선택입니다. 독단적인 결정을 하면서 스승인 우서와 연인인 제이나의 지지를 잃고, 혼자 자신의 선택을 감행하게 되는 아서스. 자신이 믿고 따르던 사람들이 떠나버리고 홀로 자신의 백성이 아니게 될 무고한 백성들을 자기 손으로 처단하는 순간은 비참합니다.


백성들의 수호자인 왕자가 느닷없이 들어와서 환영해주었으나, 갑자기 자신의 아이를 치고 배를 찌르는 것을 본 엄마는 이유도 모른채 조금전까지 멀쩡하던 내 아이가 존경하는 왕자님 손에 죽게 되고눈물을 흘리며 자신도 죽는 장면은 정말 참담합니다. 서로 잃는 것만 있는 이 장면에서 아서스가 받았을 정신적인 타격은 실로 엄청났을겁니다. 오직 역병을 바로 끝낼 수 있는 길이 자신의 일이라는 신념하나에 사로잡힌채, 백성을 도륙해나가고, 죽지 않기위해 무기를 든 백성들을 처리하는게 차라리 낫다라고 생각할정도니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을지는 안봐도 뻔하죠...


"이건 위대하고 영예로운 전투가 아니다.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임무가 될 것이다. 나 역시 이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우리가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것 역시 진심으로 믿는다."

"빛을 위하여!"


은빛 성기사단이 되면 무기가 빛으로 감싸지고 성스러운 일이 되는데, 이 임무를 행하면서 아서스의 망치는 서서히 빛을 잃어갑니다. 나중에는 무기에서 빛이 나지 않는 것이 더 익숙해지고, 점점 더 대담해지기 시작하죠.


추후 이 일을 마치고 말가니스를 잡으러 노스랜드로 향했으나, 그 곳에서 무라딘과 조우 중인 상태에서 테레나스 국왕의 귀환하라는 메세지를 받고 돌아가는 자신의 병사들을 묶기 위해 용병을 고용해 배에 불을 지르게 됩니다.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된 그의 병사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자신이 고용한 용병들에게 범죄자의 죄를 덮어씌워 잠재우는 모습을 본 무라딘은 그가 약간 맛이 갔다는 것을 알게되죠. 복수심에 사로잡혀 저주받은 룬검 서리한을 얻기위해 자신의 또 다른 스승 무라딘마저 희생된 상태인데도, 그는 이것으로 지금 사태를 막고 나아질수만 있다면 자신의 영혼이 찢기는 행위, 자신을 희생할 각오까지 다 생각한 상태로 서리한을 잡습니다. 


"지금, 이곳을 지키는 영혼들에게 말하노라. 그대들이 선량하든 사악하든, 아니면 둘 다든 아니든 상관없다. 나는 그대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내 말을 듣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나는 준비가 되었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 나의 백성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주겠다. 무슨 대가든 치르겠다. 내 말을 들어다오."


무라딘의 희생으로 얻어진 서리한아서스는 그 최고의 무기로 언데드를 손쉽게 제거하고 그의 배후인 말가니스까지 처리하는데 성공합니다. 마지막에 죽으면서도 자신이 죽는것에 놀라는 말가니스. 그만큼 인간임에도 서리한의 능력은 악마까지 잡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그리고 서서히 서리한에게 잠식되어 가죠.


그의 왕족 혈통의 피를 상징하던 금발 머리도 서서히 빛을 잃어 은발로 변하게 되고, 그의 승리를 환영하는 성대식에서 자신을 두팔벌려 환영하는 그의 아버지 테레나스를 서리한으로 찌릅니다. 그 연회장에 온 모두를 죽입니다. 


"무슨 일이냐? 뭐 하는 게냐, 아들아?"

"왕위를 물려받는 겁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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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잘 들으시오... 벌써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웠으니, 무슨 수를 써도 몰아낼 수는 없을 거요... 적을 무찌르려 노력할수록, 백성을 더 빨리 놈들 손에 넘겨주는 꼴이 될 거라는 걸.' - 검은 깃털의 예언자 메디브


예언자의 말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실행한 아서스는 모두의 비난에 익숙해진 나머지 그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할정도로 무뎌저버렸습니다. 오직 서리한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그는 더이상 백성들을 생각하는 왕자가 아니었죠. 검을 집는 순간 그의 영혼은 검에 잠식된 채, 서리한과 하나가 되어 갑니다.


'이 힘이 모두 너의 것이다. 원하는 대로 해라.' - 서리한


그는 서리한의 힘으로 자신의 애마 천하무적을 언데드로 부활시킵니다. 그리고 그는 서리한의 말과 힘이 곧 자신의 정의로 받아들이게 되고, 어디선가 버리고 온 성스러운 망치가 빛을 잃어버렸던 것 처럼 그도 빛을 잃어버립니다.


7년 전, 그가 이 말을 죽였다. 꽁꽁 언 뺨 위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검을 들어 사랑하는 이 말의 용감한 심장을 찔렀다. 그날 이후 아서스는 늘 그 행동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모두 운명이었다. 말을 죽이지 않았다면 지금 되살릴 수도 없었으리라. 이 말이 살아 있었다면 그를 두려워했으리라. 정체불명의 리치 왕 덕분에 알게 된 강령술로 몸은 뼈뿐이고 눈 대신 불꽃이 타오르는 언데드로 되살아난 지금에야 비로소 아서스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7년 전 그 사건은 실수가 아니었다. 아서스가 잘못한 것도 아니었다.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것이 명백한 증거였다.

서리한이 아버지의 피로 젖어 아직도 축축하고 붉은 지금, 아서스가 다스리는 이땅에 죽음이 닥치고 있었다. 새로운 변화였다.

"이 왕국은 멸망할 것이다. 그리고 잿더미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해 세상의 기반을 모조리 흔들어놓을 것이다!"

말이 나지막이 울었다.

천하무적이었다.


서리한을 얻은 기점으로부터 그는 더 이상 아서스가 아닙니다. 리치 왕입니다. 그의 영혼은 이미 서리한에게 잠식되어버렸고, 순간순간 부분적인 측면에서 아서스의 모습이 은은하게 남아만 있을 뿐, 다 추억으로 묻어둔 채 그것마저 없애버리려 합니다.

자신의 백성들을 죽인 분노로 제거했던 강령술사 켈투자드를 살려내기 위해 이곳으로 오고있는 성스러운 항아리가 필요했는데, 그곳에 당도하자 자신의 스승 우서가 그 항아리를 들고있음을 발견하죠. 

항아리의 내용물은 자신이 죽인 아버지였습니다.


우서. 충직하고 강인한 인물로 빛을 섬기며 주군을 죽음까지 섬기기로 맹세한 성기사단 그자체인 충신의 대사를 듣다보면 눈물이 납니다.


"자네가 어리석고 이기적이었을 때는 그저 어린아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지. 그 후에 자네가 철없이 고집을 부렸을 때에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젊은이의 욕구라고 여겼다네. 그리고 스트라솔름, 빛이시여, 그래, 스트라솔름 사건 이후에도 난 자네가 자신만의 길을 찾아 실수를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드렸네. 군주의 아들에게 맞설 수는 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아니란 말입니까?"

"그렇다 아서스."


자신의 신념으로 미처 내리지 못했던 순간들, 막을 수 있었으나 너무도 그를 믿었기에 차마 하지 않았던 선택들을 후회하며 자신이 저 아이를 저렇게 만들어 버린것이라 자책하며 체념하는 우서의 모습은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자네 아버지에게 약속했네. 그의 유해를 귀하게 모시겠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무장조차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아들에게 살해당한 내 친구에게 약속했단 말일세."

"그 약속을 지키다 죽겠다는 말이군요"

"그럴지도 모르지"

"네놈의 자비심에 매달려 목숨을 건지느니 그 약속을 지키다 명예롭게 죽겠다. 네 아버지가 죽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네놈이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보지 않고 죽어 다행이란 말이다."


로데론을 세우고 지키며 함께 수호해온 국왕이자 자신의 친구인 테레나스를 죽인 아서스를 더 이상 이해해줄수 없는 우서. 

지금까지 참은게 더 용하다 싶을정도로 사려깊은 그는 배우고 싶은게 많습니다... 

하지만 서리한은 악마도 때려잡는 마당에 우서도 이기지 못할 거라는걸 알고 있죠.


"빛을 위하여! 빛의 정의를 위하여!" - 은빛 성기사단 단장 우서


자신이 비겁하게 항복하느니 마지막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친구와의 약속을 지킨채 죽음을 맞이하는 우서의 모습에서 책을 읽던 저도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생기더군요. 정말 성기사가 멋진 존재라는걸, 리치 왕은 자신의 스승이자 한때 자신도 그곳에 속했던 사람으로써 그런 존재를 제거하는 모습에서 치가 떨리는 연출인 셈이지요. 거기다가 한술 더 떠서, 


자신의 아버지가 담긴 항아리를 비워내고 아서스는 그 재안에 자신이 죽였던 강령술사 켈투자드를 넣습니다.

(왜 패륜아 소리를 듣는지 제대로 알겠더군요. 테레나스가 무슨 죄냐...)


이 이상은 아제로스를 자신의 시체군단으로 하나 둘씩 제거해나가며 엘프의 마을도 쓸어버리고(그 사이에 실바나스) 태양 샘에서 켈투자드를 부활시킵니다. 켈투자드로 악마까지 소환해냈으나 이제 그들이 리치 왕을 무시하기 시작할때 그들도 처리해버리고 리치 왕이 아서스를 노스렌드로 불러들입니다. 자신이 위험하니 지키라고. 마지막까지 리치왕의 힘만을 추구하며 모든 힘을 받은채 리치왕에게 가는 아서스.


사실은 리치왕을 구하러 간게 아니라, 리치왕의 힘을 받으러 온 것 일뿐, 그의 안위는 관심이 없었던 아서스는 모든것들로부터 리치 왕을 지켜내고 얼음속에 갇혀있던 그를 꺼냅니다. 하지만 그안에 있던것은 비어있는 갑옷투구 일뿐이었습니다. 이미 그 자체가 리치왕이었던 것이죠. 완전히 잠식된 아서스 리치왕은 처음 프롤로그에서 나왔던 꿈의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한 테이블에 앉은 오크 마법사 넬쥴과 소년. 그리고 꿈의 주인공인 사내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되시나요? 

소년은 순진무구하며 자신의 목숨까지 나라를 위해 바치고 싶어했던 순수한 소년 아서스였습니다. 

미래와 과거를 넘나들며 환영을 보여주던 넬쥴은 이 길의 끝에 도달해야만 모든 걸 얻을 수 있다 말합니다. 


"너, 너는 나야. 우리 둘 다... 나지. 하지만 넌, 넌 아직도 내 속에서 얼음에 저항하며 타고 있는 작은 불꽃이야. 너는 내 속에 마지막 남은 인간성, 연민, 사랑할 수 있고, 슬퍼할 수 있고, 걱정할 수 있는 능력의 흔적이야. 너는 제이나, 내 아버지, 그리고 한때 나를 나답게 만들었던 그 모든 것을 향한 나의 사랑이다. 아서스 메네실, 나쁜 일을 많이 저질렀지만 네 안에는 아직도 선함이 남아 있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면, 지금 내가 존재하지 않겠지. 꿈속에라도 말이야." - 타락한 그를 바꾸고 싶어하는 순수한 소년 아서스


말을 마친 소년의 눈에 희망의 눈물이 맺혔다. 

"아직도 늦지 않았어" 라고 말하는 소년에게 "이미 늦었어" 라고 말하는 사내. 

서리한으로 한때 자신이었던 소년을 찌르자 환영처럼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인간성의 자취마저 모두 털어내 버린 사내는 함께 리치 왕이 된것을 축하하는 넬쥴에게도 검을 꽂습니다.


"아니, '우리'가 아니지. 내게 이래라저래라 할 사람은 없다. 네게서 필요한 것은 모두 얻었다. 이제 그 힘은 내 것, 나만의 것이야. 이제는 '나'뿐이다. 내가 바로 리치 왕이야. 그리고 난 준비가 되었다." - 리치 왕


리치 왕, 서리한 안에 갖혀있던 넬쥴과 아서스를 다 처리하고 난 사내는 서리한 그 자체가 됩니다. 스스로를 리치 왕이라고 자청한 그에게, 더이상 속삭이던 어둠의 목소리도, 희망을 외치며 포기하지 말라던 소년 아서스도 이제는 더 없습니다. 

그때 제이나도 실바나스도 더이상 아서스가 없다는것을 깨닫습니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게 된 제이나는 아서스에게 무슨일이 생긴거 같다며 상황을 이해하는데, 더이상 그때의 아서스는 없다는,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슬픔에 잠깁니다. 자신이 처음으로 사랑했고 그녀가 진심으로 좋아하던 왕자는 이제 없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모든 것을 버리고 힘만을 위해 움직여온 리치왕은 얼음왕좌에서 회복을 마치고 깨어나면서 책의 마지막 대사를 남깁니다.


"이제 시작이다." - 리치왕


지금까지 로데론의 촉망받는 왕자부터 모두에게 원한을 산 리치 왕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 아서스 리치 왕의 탄생을 봤습니다.


정의와 로맨스로 가슴 벅차던 초반 도입부 설명하다가 비열하고 추잡함으로 머리가 아플라고 하는 후반부 설명으로 마치고 나니 참... 복잡미묘하네요. 이제 워크래프트 스토리를 읽을때 좀더 개연성있게 왜 이캐릭터가 이 캐릭터를 싫어하는지 확실하게 알게되었고, 게임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읽을만한 소설이어서 더 재밌게 읽었던 책.


이 책, 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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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 더 정성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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