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 첫번째 패키지
자유의 날개(Wings of Liberty)의 내용을 다룹니다.
한참 된 게임이라서 스포일러라고 할것도 없지만
기본적인 게임의 배경 언급이 많습니다.
극악무도했던 난이도의 마지막 미션을 완수하고 나면
전 우주의 적이었던 칼날여왕 케리건이
고대의 젤나가 유물의 힘으로 인간 시절의 모습을 되찾게 됩니다.
하지만 황제 멩스크의 '악마같은 계약'으로
죄수였던 타이커스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대신
절친인 레이너와 타이커스가 숙적이 됩니다.
'처리하라' 라는 멩스크의 목소리...
그토록 간절히 보고싶었고 그리워했고
자신의 품에 안고싶었던 사랑 케리건의 머리에
레이져 조준선을 겨누고 있는 타이커스.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았던 제임스 레이너지만 이 경우는 다릅니다.
사랑앞에 우정도 없다던가요.
책 '천국의 악마들'에서 레이너의 어린시절
타이커스와의 관계는 단순한 친구 그 이상이었습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뒤로
무식하고 폭력적이고 답답하지만
평생을 같이 웃고 떠들며 바보같이 지내고 싶던 친구였죠.
그렇기에 더더욱 타이커스의 배신감에 치를 떨며
멩스크의 계략에 분노하며 자신의 친구를 쏘고맙니다.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던
혈전지 지옥의 분화구 '차' 행성을 나오는 레이너 일행.
오늘 소개해드릴 책 '플래시포인트'는
스타크래프트2를 주 무대로 삼고있는 소설입니다.
게임을 다 소개하기엔 블리자드 게임회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타크래프트의 세계관은 너무 크고 깊습니다.
왜 레이너가 멩스크를 싫어하는지
케리건이 어떻게 저그가 되는지
표면적으로 이해관계는 캠페인을 통해서도 충분히 설명이 되지만,
그 주변인물들의 관계라던지 어떻게 멩스크가 황제가 되었고
각 캐릭터들의 설정들은 언급이 거의 없으니까요.
특히 이번 플래시포인트에서는 레이너라는 사령관은
스타크래프트의 주축이 되는 매우 중요한 인물로써
스타의 스토리가
단순히 때리고 부수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일깨워줍니다. 진짜 스토리...
진정한 리더란 어떤 것인지,
왜 저렇게 사람들이 레이너에게 목숨 바쳐일하는지
상세히 기록되어있는 책입니다.
스타2에서 했던 그 에피소드 캠페인 하나를
통째로 책으로 만들어냈는데,
중간에 문제되는 설정도 하나 없고
검수가 잘 되어있던거 같네요.
(제가 이런 설정 오류 엄청 거슬려합니다.)
제임스 레이너.
사령관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옆집 아저씨같은 푸근함과 수직계급사회인 군사체계에서
동료애를 진정으로 추구하는 레이너 특공대에 몸담고 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확실하게 전달받았습니다.
저런 지도자 아래에 있다면
기꺼이 그를 위해 희생할 수도 있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짐 레이너도 자신을 위해 그럴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때문이라는 대답은 아직도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허상의 캐릭터에게 이토록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리더라는 것 때문아닐까요?
"맷?"
"예, 대장님."
짐이 맷의 옆에 섰다.
"명령을 어겼어. 알고 있겠지."
"예, 대장님. 편하게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언제든지."
"저를 벌주기 위해 대장님이 살아남지 않았습니까."
짐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맞는 말이군. 자넨 그 지옥을 벗어나 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게 다행이라 생각해."
잠시 동안이지만, 맷은 짐이 몇 년 전에 만났던
젊은 이상주의자처럼 보였다.
눈은 빛이 났고, 얼굴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주름살이 묻혀 보였다.
"대장님을 두고 떠날 수는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플래시포인트-
저는 이런걸 무지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취향인거 같아요.
끈끈한 전우애를 다루는 작품들은
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선사해주지 않나요?
얼마전에 리뷰했던 판타지 소설 책
드래곤라자도 이와 같은 이유로 좋아합니다.
"우리는 별이오."
"별?"
"무수히 많고 그래서 어쩌면 보잘것없어 보일 수도 있지.
바라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서로를 잊을 수도 있소.
영원의 숲에서처럼 우리들은 서로를,
자신을 돌보지 않는 한 언제라도
그 빛을 잊어버리고 존재를 상실할 수도 있는 별들이지."
숲은 거대한 암흑으로 변했고
그 위의 밤하늘은 온통 빛무리들 뿐이었다.
칼의 말은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볼 줄 아오.
밤하늘은 어둡고, 주위는 차가운 암흑 뿐이지만,
별은 바라보는 자에겐 반드시 빛을 주지요.
우리는 어쩌면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
존재하는 별빛 같은 존재들이지.
하지만 우리의 빛은 약하지 않소.
서로를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의 모든 빛을 뿜어내지."
"나 같은 싸구려 도둑도요?"
네리아의 목소리는 슬프지 않았다.
그리고 칼의 대답도 평온했다.
"이제는 아시겠지? 네리아 양.
당신들 주위에 우리가 있고, 우리는 당신을 바라본다오.
그리고 당신은 우리들에게 당신의 빛을 뿜어내고 있소.
우리는 서로에게 잊혀질 수 없는 존재들이오.
최소한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이상은."
어둠 속에서 네리아의 눈이 별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나는 혹시 반짝인 것은 그녀의 눈물이 아닐까 따위의 생각은 관두기로 했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바라보자, 별들은 나에게 빛을 주었다.
다소 긴 구절이지만 인용하는 이유는,
그 많은 분량중에서 너무 좋아하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별들이 노래한다는 표현이 참 아름답다 느끼는데,
문자로 이루어진 이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재생되는 것은 화법도 글자의 조화도 아닙니다.
스스로를 저평가하며 자신감 없어하는 동료에게
가볍게 놀리듯 꾸짖으며,
우리는 서로에게 잊혀질 수 없는 존재라는 부분이 참...
내가 바라보자, 별들은 나에게 빛을 주었다.
인간은 혼자 살수 없습니다.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는 모양의 한자 人
드래곤라자의 주인공 일행도,
플래시포인트의 레이너 특공대도
서로에게 조건없이 버팀목이 되어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다시 원래 플래시포인트로 돌아와서,
맷과 짐 둘의 관계도,
그리고 떠나간 타이커스도...
짐 레이너에게 있어서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은
서로에게 잊혀질 수 없는 별이었던 겁니다.
사령관이 자신을 두고 행성을 떠나라는 명령에도
전투순양함에 있던 동료들이 한마음으로 명령을 불복하고
끝까지 리더를 기다려주는 명장면을 마지막으로,
스타크래프트2 플래시포인트
테란 미션 캠페인의 한 장면은 막을 내립니다.
개인적으로 블리자드 소설을 다 봤지만,
스케일은 작아도 리치왕의 탄생급으로 좋았네요.
산뜻하게 잘 읽었습니다.
영어 원문으로 예전에 읽었었는데,
한국어 번역도 특별히 잘 해주셔서 몰입감있게 잘 읽었습니다.
소설 추천
본문에서도 언급했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해리포터급이라 생각합니다.
방대한 스케일과 철학적인 질문도,
잔잔한 개그도 섞인 명작입니다.
지금은 패륜아의 대표아이콘이지만,
왕자 아서스는 그런 인물이 아닙니다.
동료를 사랑하고 국민을
자신의 몸처럼 아끼던 왕자였죠.
그가 그렇게 변하게 되는 과정을
너무도 잘 표현한 블리자드 최고 소설입니다.
루나크로니클 신더: 강철의 신데렐라
맨날 여자는 왕자님을 기다리고,
연약하고 수동적이었던 동화들...
루나크로니클 '신더-스칼렛-루나-윈터'
로 이어지는 4부작의 동화 각색 판타지에서는
주인공이 주인공답게 나옵니다.
초능력과 기계문명이 공존하는 지구와 달,
벌어져만 가는 두 행성의 격차에
신더는 자신의 운명을 잡을 수 있을까요.
보는 내내 감탄하고 마지막 4권
윈터를 덮을땐 끝나가는 이야기가 아쉬웠던,
페이지가 많아서 행복했던 그런 소설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의 다작전문 소설가
이 분을 빼놓고는 설명이 안되겠죠?
추리소설작가 답게 완벽한 플롯,
뛰어난 떡밥회수, 입이 벌어지는 개연성
감동적이면서도 놀라운 스토리...
앞으로 몇년간 볼수 없을 소설입니다.
게이고 작가에게 있어서도
이 뒤를 이을 따스한 작품은 없겠죠.
소설책 딱 한권만 산다면 이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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