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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소설

소설 스칼렛: 빨간망토와 늑대의 하모니

전편 보러가기 - 신더: 강철의 신데렐라

화려하고 웅장했던 전작 신더(Cinder)를 잇는 두번째 작품 스칼렛입니다. 마리사 마이어가 동양의 분위기나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아쉬웠던 부분은 1편까지라고 생각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이번편 빨간망토와 늑대이야기의 동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2편의 배경은 유럽이거든요. 거슬리는 부분없이 술술 읽힙니다.


'신더' 마지막 장면에서 시리즈물인것을 모르고 '아니, 이제 사이다 장면이 나올라고 하는데' 끝나버려서 아쉬웠는데, 2편이 갑자기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닌 빨간망토 이야기인것을 보고 '뭐지? 갑자기 다른 이야기가?' 했던 의아함을 단숨에 날려주는 2편이었습니다.


1편이 동화의 틀을 깨며 더 이상 수동적인 여성상의 주인공이 아닌 자신이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나가는 걸크러쉬 형태의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특히 구두를 신고 왕자와 결혼하는것 만이 성공이었던 신데렐라와 능력있는 신더는 차이가 많이나죠. 특히 왕자와의 키스씬에서는 신더가 팔목을 확 붙잡아 답답한 상태의 왕자를 당겨서 입술을 맞추는 장면은 남녀 불평등 시대의 종말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페미니즘 소설은 환영인게, 긍정적으로 여성분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 라는 에너지를 줌과 동시에 부조리함과 맞서 싸울수 있는 사회적 바람을 심겨주기에 결국 건강한 평등이 이루어지는데 한 몫 하는 거니까요. 결국 칼보다 무서운건 펜이라고 사람들 마음 속에 '신더'같은 여성이 자리잡게되면 수리공일지라도 사회적으로 힘없는 약자로 취급받더라도 뚫고 올라올 힘이 생길것을 분명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신더' 리뷰에서 안하고 '스칼렛'에 와서 하냐구요? 결국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주인공은 린 신더고, 그녀의 일대기에 함께하는 여성 동료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운명과 맞서 당당하게 싸워나가는 모습을 그려나가는 작가의 글솜씨는 훌륭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았어요. 페미니즘적 문장이나 요소는 어디에도 없는데, 다 읽고나면 어느정도 평등적인 가치관이 자리잡게 된다는 부분에서 점수를 높게 쳐주고 싶네요.

페미니즘을 다룬 이야기는 여기에서 - '현남 오빠에게': 아 할말은 해야겠다.


다시 책 이야기로 넘어와서 신더보다 2살 연상, 18세(한국나이 19세) 성인이면서 농장 주인이자 야채 상인이고, 당차고 할말 잘 하는 아가씨 스칼렛의 이야기 입니다.

전작 신더와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두 이야기를 처음 접하게 되는 독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싸움꾼 울프와 야채상인 스칼렛의 첫 조우이야기를 서막으로 보여주더니, 느닷없이 연결시켜버리는 그리고 그 과정이 정말 참신한 저자 마리사 마이어의 능력은 대단했습니다.


할머니를 왜 데려간 거야? 뭘 원하는 건데? 울프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스칼렛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왜냐니까?" "셀린 공주를 찾으려고." 귀가 먹먹해서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누굴 찾는다고?" 

"루나의 왕위 계승자 셀린 공주."


사람들이 모두 죽은 줄로만 알았던 루나 왕국(달 왕국)의 혈통이자 1순위 왕위 계승자 셀린 공주를 찾는다니. 린 신더의 목적과 일치하며 처음 등장했을때 단서를 준 루나의 프로그래머와의 대화에서 얻게된 스칼렛의 할머니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하나 둘 씩 나오게 되고 독자를 상상력 속에 풍덩 빠트려 흥미진진하게 해줍니다. 


제 서평의 작성 시점은 4편까지 전부 읽고 난뒤 후기 식으로 작성되는 이야기라서 2권을 읽던 당시에는 몰랐던 연결 접합부분들이 참 소름끼치더군요. 물론 모든 떡밥이 다 회수된건 아닙니다만, 알파 케슬리. 울프의 이야기. 마냥 적이지도 아군이지도 않은 이 미묘한 줄다리기의 끝에 스칼렛이 있었습니다. 배신당했지만 배신이 아니었던 그런 미묘한 이야기 속에 스칼렛은 끝내 울프의 알파가 되어가는 과정은 신더급의 스케일은 아닐지라도 분명 이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이 스토리에서 가장 강한 존재는 레바나도 신더도 아닌 울프인거 같거든요. 


최강의 전사와 귄총을 든 빨간모자 콤비의 시작을 알리는 소설 스칼렛.

"사랑한다, 얘야. 용감하고 고집스러운 우리 손녀 딸." 스칼렛은 코를 훌쩍거리면서 속으로 여기서 날이 밝도록 할머니와 함께 있겠다고 다짐했다. 아니, 죽을 때까지 함께 있겠다고. 할머니를 내버리고 가진 않을 것이다. 놈들이 돌아와서 두 사람을 발견해도 상관없었다. 죽일 테면 같이 죽이라지. 두 번 다시 할머니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단단히 맹세했을 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4편으로 진행되는 루나 크로니클에 등장하는 4명의 여 주인공중에 사실상 가장 약한 위치에 있어야할 스칼렛이 파란만장한 이야기의 옆에서 역경을 헤쳐나가고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밖에 남지 않은 최고의 선물로 표현되는 그 순간은 로맨스의 끝이 아닐까 싶은 이야기가 됩니다.

가족도 다 포기하고 국가를 위해 희생당한 울프 전사 제브 케슬리의 부족한 표현력임에도 느낄 수 있는 그의 진실함은 스칼렛의 마음을 정말 강하게 흔들었던거 같습니다.

"네가 나랑 엮이고 싶지 않을 건 충분히 이해해. 당연히 그렇겠지. 하지만... 나한텐 너밖에 없어, 스칼렛. 앞으로도 너밖에 없을 거야."

속이고 배신할 수 밖에 없었던 루나 왕정의 전사 울프의 위치에서 스칼렛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은 그에게도 결코 순탄치 않은 역경이었습니다. 루나와 지구 그들의 세상 전부가 울프를 거부하고 있을때 모든 것을 옆에서 지켜본 스칼렛이 내미는 손이 앞으로 이어질 루나 크로니클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이 될까요. 

"알파 암컷이라... 마음에 들어." 스칼렛이 활짝 웃었다. "나도 점점 좋아질 것 같아."

여전히 1권 '신더' 의 주인공인 신더와 카이토 황자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책 제목을 정말 잘 선정한 거 같아요. 그 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제목으로 해두었지만 이야기는 그대로 흘러가는 플롯 설정은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작가의 메세지가 아닐까 싶은 정도입니다. 레바나 여왕의 강압적인 독재로부터 그들은 지구도 달도 지켜낼 힘이 있을까요? 미약하기만한 그들이 어떻게 한 행성의 지배자를 몰아내게 될까요. 그들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작품 2권 '스칼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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